기사제목 NCCK 언론위원회, 7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7」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갑질과 몰락’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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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언론위원회, 7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7」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갑질과 몰락’ 선정

기사입력 2017.08.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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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뉴스 주윤 기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7월의 「(주목하는)시선 2017」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갑질과 몰락’을 선정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종근당, 미스터피자, 신선설농탕,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건실한 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의 대표들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갑질’ 자체가 가히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NCCK 언론위원회는 ‘갑질’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신계급사회 출현의 징후이자 그릇된 ‘선민의식’의 발호를 보았다.

 

‘갑질’ 이야기가 이렇게 보편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갑질’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지던 당시, 대다수 국민에게 ‘갑질’이란 단어를 각인시킨 것은 남양유업 사건이었다.

2013년 초,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소위 ‘밀어내기’한다는 주장이 대리점주들로부터 나왔을 때만 해도 남양유업은 이를 즉각 부정했다. 하지만 뒤이어 영업사원의 욕설과 폭언, 떡값 요구 등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고, 판촉사원들의 임금을 대리점에 전가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국민들에게 이 사건은 ‘갑’인 남양유업이 약자, 즉 ‘을’인 대리점주들에게 ‘갑질’을 한 사건으로 각인되었고,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갑질’이란 말은 원래 계약당사자 중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주체를 ‘갑’으로 지칭하는 관행에서 ‘갑’자를 가져오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일컬을 때 쓰는 우리말 ‘질’자를 더해 만들어진 말이다. 즉 우위에 있는 존재가 열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에게 모종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걸 말한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우열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특히 계약관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유난히 ‘갑질’로 비난받는 사건들이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014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동하던 대한항공 비행기가 다시 게이트로 회항한 소위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다. 객실서비스 규정도 잘 모른 채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은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사건이었다. 객실승무원에게 화를 내던 그는 규정을 설명하는 사무장에게 용서를 빌도록 했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자 급기야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던 사건이었다. 이 일로 조현아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 회장까지 나서서 사과했지만 재벌 딸의 터무니없는 ‘갑질’을 목도한 국민들의 분노를 삭이지는 못했다. 규정도 정확히 모르면서 기내 서비스책임자인 사무장을 무릎 꿇리고, 서비스규정집으로 때리고, 급기야 비행기를 불법적으로 회항시키면서까지 강제로 내리게 한 처사는 ‘갑질’ 중의 ‘갑질’이었다. 비록 오너라고 하더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다. 스스로를 ‘갑’ 중의 ‘갑’으로, 사무장 및 승무원들을 집안의 머슴쯤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수군거림이 잦아들지 않았다.

   

최근에 일어난 종근당 회장의 수행기사 폭언 사건도 마찬가지다. 녹취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폭언들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XX같은 XX.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가지고 자식아. 살쪄가지고 미쳐가지고 다니면서 (…) 뭐 하러 회사에. XX같은 XX, 애비가 뭐하는 놈인데 (…)”, “XX처럼 육갑을 한다고 인마. (…) 아유. 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XX야” “월급쟁이 XX가 일하는 거 보면 꼭 양아치 같아 이거. XX야 너는 월급 받고 일하는 XX야. 잊어먹지 말라고. 너한테 내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거야. 인마 알았어?”

견디기 힘들었던 운전기사들이 한 해에 세 명이나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폭언은 거칠고 모멸적이었다. 이 또한 직원을 종이나 노예로 여기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들 사이에 벌어지는 비슷한 일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 중 가맹점주를 선발해 가맹점을 열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칭송받아 오던 한 야채가게 프랜차이즈 경영자가 있다. 심지어 가맹점 개업할 때 드는 목돈, 즉 월세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같은 것도 본사가 우선 대주고, 가맹점주는 향후 영업을 해나가면서 이 자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 덕분에 그는 창업자본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가히 신화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는 상습적으로 점주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스스로를 똥개라고 인정하게끔 모욕 주는 일을 교육으로 삼으면서, 고액의 교육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한 설농탕 프랜차이즈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가맹점 연장을 불허하고, 그 가게를 직영점으로 흡수하겠다면서 헐값 권리금을 제시하고, 응하지 않는 점주들에게는 인근에 직영점을 내고 가격 할인행사를 함으로써 보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드러난 ‘갑질’의 최고 압권은 미스터피자였다. 정우현 전 회장은 가맹점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광고비로 자신의 자서전을 발행해 가맹점에 강매하고, 본인의 친동생 명의 치즈회사를 끼워넣기로 거래에 참여시켜서 가맹점으로부터 총 57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항의하는 가맹점주는 고소함과 동시에 보복으로 출점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가맹점주를 고소했다가 1심에서 패소하자 그는 바로 항소했고, 재판에 끌려 다니느라 사업도 부실했던 그 점주는 결국 자살하고 만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정우현 전 회장과 그 일가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이 ‘을의 눈물과 호소, 갑의 치부(致富)와 구속’이라고까지 명명한 그 내용은 참으로 민망하다. 법인카드로 골프장과 호텔에서 수억 원을 사용하고, 수년간 딸과 사촌형제, 사돈의 급여, 차량, 법인카드를 회사에서 제공했으며, 딸과 사돈을 계열회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년 간 수억 원의 급여를 허위로 지급했으며, 해외여행에 딸과 동행하는 가사도우미를 그룹 직원으로 등재하고 급여를 지급했고, 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한 아들이 개인적으로 쓴 90억 원의 빚을 갚지 못하자 아들의 월급을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특히 아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만 2억 원을 사용했는데, 한편으로는 편의점의 5천원 이하 금액도 반드시 법인카드만을 사용할 정도로 법인카드 애호가였다고 한다.

 

‘갑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위에 대한 확인을 위해 동원되는 행위이다. 수많은 강한 자들이 자신의 ‘갑’ 지위를 확인하기 위해 ‘갑질’에 나서고, 점차 ‘갑질’을 체화해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5월에는 정치인 김무성의 ‘갑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귀국하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행원에게 트렁크 가방을 밀어주는 영상이 퍼지면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무성이 문 뒤에 나타나자 기다리던 수행원이 문 쪽으로 가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김무성은 그쪽을 처다 보지도 않은 채 바퀴달린 가방만 그쪽으로 굴리는 것이 아닌가. 구기 종목에서 ‘노룩패스(No Look Pass)’라고 불리는 고급기술이지만 그 순간 그 기술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갑질’의 도구였다. 그에게서 보이는 것은 안하무인, 무시, 차이, 다름, 우월 같은 것들의 표상이었고, 그 장면은 처절한 신계급사회의 표정이기도 했다.

 

무릎 꿇은 사무장 앞 1등석 의자에 앉은 조현아

운전하고 있는 기사에게 상습적으로 막말, 폭언하는 종근당 전 회장

가맹점주들에게 내가 키워주고 있다며 마구 대하는 프랜차이즈 야채가게 사장

당신들은 내 덕에 먹고 살고 있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사장

 

당하는 입장에서, 피해자 앵글에서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모멸감과 낭패감이 조금 더 실감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갑질’하는 ‘갑’들의 태도와 자세, 말과 행동에서는 철저한 계급에 대한 자각마저 엿보인다.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이 넘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우위에 선 자, 새롭게 출현한 귀족의 오만이다. 그렇다. 양극화로 일컬어지는, 신계급사회의 도래야 말로 저들을 저렇듯 오만하게 만들고, 저들로 하여금 끝없는 ‘갑질’을 하게 만든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창한 ‘갑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강자이거나 사주여야만 ‘갑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갑질’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평소에 ‘갑질’을 당하면서 사는 ‘을’에게도 옮겨간다. 2016년 6월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주최한 제4회 정신건강정책포럼의 주제는 “갑을관계_일상에서의 상처와 트라우마”였다. 정신과 전문의 정찬승은 "우울증을 호소한 환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갑질’ 피해경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갑질’을 처음 당한 사람은 자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갑질’을 당한 경험이 이에 저항할 수 없는 심리 상태를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갑질’을 당할수록 ‘갑질’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은 식민, 독재, 양극화를 겪으며 힘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권력 콤플렉스를 강하게 내면화했다"고 말했다. ‘갑질’ 바이러스에 유독 약하다는 뜻이다.

 

2015년에는 이전과는 다른 ‘갑질’의 사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월에는 부천의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어머니와 딸이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리고 꾸짖은 사건이 있었고, 대전에서는 여성 고객이 점원의 뺨을 때린 일이 있었으며, 10월에는 인천 한 백화점 귀금속 코너에서 한 여성이 점원들의 응대법을 문제 삼으며 1시간 이상 항의하는 사태가 있었다. 결국 그 여성에게 점원들이 무릎 꿇고 사과했다고 한다. 하나같이 새로운 양상의 ‘갑질’이다. 고객이란 이름의 보통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을’인 사람들을 향해 벌인 초라한 ‘갑질’이었다.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뉴스에서는 또 다른 ‘갑질’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백화점 주차장 입구에서 한 외제차 운전자가 새치기를 막아선 주차요원을 폭행하고, 차로 밀어붙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들은 고객이라는 이름의 우월적 지위로 점원 혹은 주차요원이라는 이름의 열등한 지위를 무릎 꿇리고, 때리고, 밀어붙인 것이다.

 

정찬승 전문의는 심층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갑질’도 ‘상습적 갑질’과 ‘우발적 갑질’로 나눠진다고 한다. 계급적 인식에 기초한 그릇된 선민의식에서 나오는 ‘갑질’이 ‘상습적 갑질’이라면, 사소한 우월적 지위에 올라타고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갑질’은 사실 ‘슬픈 갑질’이다. 경찰이 2015년 9월부터 100일간 '갑질 횡포 특별단속'을 펼쳐 적발된 6,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갑질 가해자는 '40~50대(57.7%)' '남성(89.6%)' '무직·일용직(27.1%)'이 많았다고 한다. 구조화되지 않은 생활 속 우발적 ‘갑질’에 취약한 층이 ‘중년의 남성 무직자’라는 것이다. 이용석 전문의는 “중년 남성 환자 상당수가 건강검진 결과나 인사이동 같은 일상적 변화가 원인이 돼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한다. 자신의 힘이 약해졌다고 느낄 때, 다른 성별과 연령대보다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무기력을 느낄 때 오히려 더욱 약한 상대를 찾아서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라면, 양극화로 점점 바닥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다수 보통사람들의 운명도 ‘슬픈 갑질’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는 상식이 되었고, 교육을 통해서건 직업을 통해서건 계층간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벼랑으로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대책 없는 노후를 맞은 이들이 무기력하게 남은 생을 버티고 있다.

 

양극화로 대표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신계급사회 출현의 상징이다. 그리고 신계급사회 피라미드의 상부를 차지하게 된 자들이 가지는 그릇된 ‘선민의식’의 발현이다. 한편으로는 경제발전에 치중해 물신만을 쫓아온 우리 사회의 병폐, ‘승리주의’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의 나약한 심성을 파고드는 ‘갑질’의 전염성이 우리 사회를 더 덮치기 전에 ‘갑질’에 오염된 우리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NCCK 언론위원회가 7월의 「(주목하는)시선 2017」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갑질과 몰락’을 선정한 것은 약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교만에 빠진 이 시대 ‘승리자’들에 대한 경고이자, 극심한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환기, 이 시대 그릇된 ‘선민의식’과 ‘승리주의’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나눠야 할 한국교회에 대한 경종이 되고자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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